명품 유통 주도권 놓고…e커머스-럭셔리기업 '新 제판 전쟁'

입력 2022-11-04 17:33   수정 2022-11-05 00:54

e커머스 등을 통한 리셀(되팔기) 거래가 활성화하면서 리셀 시장에서 팔리는 일부 명품 브랜드의 중고품 평균 가격이 ‘신상’ 판매가를 뛰어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명품사들은 명품 유통의 주도권이 리셀 플랫폼을 포함한 e커머스로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인기 제품의 재판매를 제한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신상품 넘어선 리셀 가격
4일 글로벌 리셀 플랫폼 리백이 최근 내놓은 ‘2022 클레어 리포트’에 따르면 에르메스 핸드백의 중고품 평균 가격은 정상 제품 가격의 103%에 이른 것으로 분석됐다. 리백은 2014년 설립한 미국의 명품 플랫폼이다.

2020년부터 주요 브랜드의 핸드백 리셀 평균 가격을 매장 판매가로 나눈 ‘명품평가지수’를 발표하고 있다. 이 지수는 올해 루이비통이 92, 샤넬은 87을 나타냈다.

에르메스의 상징으로 통하는 ‘버킨백’은 국내 리셀 플랫폼 크림에서 정가(1400만원)의 두 배가 넘는 3200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2019년 샤넬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더블 플랩 클래식’ 핸드백 정상품 판매가는 715만원, 리셀은 600만원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판매·리셀 가격 모두 1300만원에 형성돼 있다.

명품 리셀 가격이 이처럼 급등세를 보이는 건 코로나19를 계기로 e커머스를 통한 구매 수요가 급격히 불어난 게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명품 제조사나 글로벌 주요 패션기업이 유통의 주도권을 e커머스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 판매를 엄격하게 제한하면서 일반 소비자가 정식 매장에서 신상품을 구입하는 게 까다로워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사활 건 e커머스·명품사 경쟁
코로나19가 명품 리셀 활성화를 촉발한 이후 유통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명품 제조사와 e커머스 간 경쟁은 거의 전쟁 수준이라는 게 관련 업계의 시각이다. 아마존이 미국의 명품 리셀 플랫폼 WGACA와 파트너십을 지난달 맺고 중고 명품 판매에 나서기로 결정한 건 글로벌 명품업계에 큰 충격을 줬다.

그간 명품업계에선 “거인 아마존이 명품을 취급하면, 조직범죄 세력의 지원을 받은 위조품이 거래될 수도 있다”(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경계심이 컸다. 한국에서도 전통적 온라인 채널인 TV홈쇼핑을 비롯해 SSG닷컴, 11번가 등 다양한 e커머스가 올해 명품 판매에 속속 뛰어들었다.

명품업계는 e커머스의 영향력이 커져 가격결정권을 빼앗기고, 브랜드 가치가 훼손되는 것을 특히 우려하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 국내에서는 에르메스가 지난 3월부터, 나이키는 9월부터 ‘재판매를 금지한다’는 내용을 이용약관 등에 포함했다. 해외에선 나이키가 세계 1위 리셀 플랫폼 스탁엑스가 ‘짝퉁’을 판매했다며 5월 미국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고도화하는 짝퉁 감정 기술
e커머스들은 가짜를 가려내는 감정 역량의 고도화를 통해 명품 제조사들의 공세를 막아내겠다는 구상이다. 국내 리셀 플랫폼 아웃오브스탁이 최근 명품 감정기관 한국명품감정원과 양측의 감정 사업 부문을 통합한 신설법인 페이크엑스를 설립한 게 그런 사례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제조사가 가격 결정 등의 주도권을 유통사에 빼앗기면 실적에도 큰 영향을 받게 된다”며 “그렇기 때문에 과거 대형마트와 식품사가 치열하게 ‘제판전쟁(제조·판매 전쟁)’을 벌였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글로벌 명품사와 e커머스 간 제판전쟁은 현시점에서 양 진영 ‘끝판왕’끼리의 싸움”이라고 덧붙였다.

배정철/이미경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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